돌사자 두 마리가 지켜낸 불빛
보은 법주사 쌍사자 석등의 특별한 존재감
― 사라지지 않은 불빛, 그 신비와 상징을 담다
절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석등.
하지만 단 하나,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석등이 있습니다.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 자락에 위치한 법주사 경내,
등불을 품은 돌기둥 아래 사자 두 마리가 등을 이고 선 독특한 석등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보은 법주사 쌍사자 석등.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독특한 구조와 상징성,
그리고 마치 생명을 지닌 듯한 조각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보은 법주사 쌍사자 석등 기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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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 보은 법주사 쌍사자 석등 (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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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통일신라 8세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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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질: 화강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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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 사자 두 마리가 몸을 곧게 세워 등신부를 받치는 특이 구조의 석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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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약 2.1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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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면 법주사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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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일: 1962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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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의: 동물 조각이 구조물 전체를 지탱하는 독창적 양식의 석등으로, 한국 석조 예술의 백미로 평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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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 법주사 쌍사자 석등 (출처-국가유산포털) |
등불을 이고 선 사자, 그 의미는 무엇일까
일반적인 석등은 기단과 기둥, 불을 담는 등신부, 지붕으로 구성됩니다.
하지만 이 석등은 전혀 다릅니다.
기둥 대신 입을 벌린 두 마리 돌사자가 마주 보며 등을 지탱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자는 불교에서 수호와 지혜, 위엄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이처럼 등을 받치고 있는 형식은 신성한 빛을 지키는 존재로 해석됩니다.
이 석등은 단순한 조형미를 넘어,
불법(佛法)의 빛을 외부의 악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상징적 장치로 이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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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석과 상대석 (출처-국가유산포털) |
살아 움직이는 듯한 조각의 생동감
쌍사자 석등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조각의 생동감입니다.
단순한 추상적 사자상이 아니라, 근육과 털, 발톱까지 정교하게 표현되어
지금이라도 당장 움직일 것만 같은 인상을 줍니다.
입을 벌리고 등신부를 받치는 두 사자의 모습은 마치 숨을 쉬고 있는 조형물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통일신라 시대의 뛰어난 석공 기술과 예술 감각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으로,
동물 형상이 건축 구조의 일부가 된 유일무이한 석등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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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 법주사 쌍사자 석등 (출처-국가유산포털) |
시간의 풍화도 지우지 못한 상징
세월이 흐르며 사자의 얼굴 일부가 마모되고, 석재는 거칠어졌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조차 석등에 담긴 시간의 깊이를 더해줍니다.
현재는 보호를 위해 투명 케이스 안에 보존되어 있지만,
그 안에서도 사자들은 여전히 등을 이고 하늘을 향해 있습니다.
법주사 경내에서 이 석등을 마주하게 된다면,
잠시 멈춰 서서 사자들의 표정과 자세, 그리고 그 위의 등불 자리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것은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라, 천년 전 누군가의 신심과 예술혼이 깃든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
사자상 (출처-국가유산포털) |
돌은 침묵하지만, 빛은 기억한다
보은 법주사 쌍사자 석등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누가 이 사자들을 조각했을까?”
“왜 등불을 지키는 사자로 표현했을까?”
그리고 “이 빛은 지금도 유효할까?”
돌은 침묵하지만, 그 위에 올려졌던 불빛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밝힙니다.
이 석등은 단지 과거를 기념하는 유산이 아니라,
어떤 믿음과 정신이 형태를 통해 전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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